내년 국가 R&D 예산 21조5000억
“나눠먹기식 카르텔 깨고 구조조정”… ‘소부장’ 깎고 AI-반도체-6G 늘려
현장선 “기초과학 연구 위축” 우려… 출연연 “신규과제 기획 꿈도 못꿔”
정부가 33년 만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나섰다.
‘R&D 카르텔’을 걷어내고 국가전략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연구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연구 현장에서는 내년 신규 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논의된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내년 주요 R&D 예산은 21조5000억 원으로 올해(24조9400억 원) 대비 약 14%가 줄어든다.
정부의 R&D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확정하는 주요 R&D 예산과 기획재정부가 구성하는 대학지원금 등의 일반 R&D로 구성된다. 기재부가 짜는 일반 R&D 예산이 올해와 동일한 수준(6조1300억 원)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전체 R&D 예산이 전년과 비교해 10% 이상 줄어든다.
현재의 안이 확정되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R&D 예산이 삭감 편성된다.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나눠 먹기, 갈라 먹기식 R&D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한 뒤 정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사업비를 삭감 조정했다. 권력이 있는 연구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R&D 카르텔의 영향으로 R&D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지적이었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진행 중인 R&D 사업을 전면 검토해 나눠 주기식 사업, 성과 부진 사업 등을 구조조정해 108개 사업을 통폐합했다고 밝혔다. 줄어든 예산은 총 3조4400억 원이다. 특히 강도 높게 구조조정에 나선 사업은 ‘기업 R&D’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감염병’ 등 3개 사업이다.
가장 큰 폭으로 예산이 줄어든 기업 R&D 지원 사업의 경우 1조5700억 원에서 1조1900억 원으로 3800억 원이 줄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유사한 과제로 사업비를 반복적으로 받아가는 기업이나 R&D 과제를 기업 대신 수행해주는 브로커가 전국에 1만 곳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예산 감축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국가전략기술에 필요한 R&D 예산은 늘렸다.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 7개 핵심 분야에 총 5조 원의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인 4조7000억 원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이 외에도 국제협력과 신진 연구자 연구 지원(2조8000억 원), 국가 안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미래전략기술(2조5000억 원),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주력산업(3조1000억 원), 6G, 초거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1조6000억 원)에 추가 예산을 투입한다.
출연연이나 대학 등 연구 현장에서는 “R&D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면서도 “연구에 각종 혼선이 생길 것”이라며 우려했다. 정부는 출연연의 주요 R&D 예산을 2조4000억 원에서 2조1000억 원으로 10.8%가량 감축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금이 줄어들어 신규 과제 기획은 꿈도 못 꾸고, 대형 연구 장비 운용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줄어든 주요 R&D 사업비는 크게 연구비와 장비 운용비로 나뉘는데 대형 연구 장비는 출연금이 아니면 운용이 어렵다”고 했다.
연구원들이 정부와 기업의 과제 수주에 더 내몰리고, 이로 인한 중장기적인 기초과학 연구가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R&D 사업에 상대평가가 전면 도입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과학계는 부담스러워 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R&D 사업평가도 강화해 하위 20% 사업은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그간 온정적으로 이뤄졌던 R&D 평가를 강화해 새는 예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전체에 대한 별도의 통합재원 10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출연연 연구협력단을 경쟁을 통해 선별한 뒤 통합 재원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823/120816526/1
'# Semiconductor > -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값 700억달러' ARM, 나스닥 상장 신청 (0) | 2023.08.23 |
---|---|
퀄컴칩 비용 눈덩이…삼성 갤S24에 '엑시노스' 재추진 (0) | 2023.08.23 |
인피니언-스마트 홈과 스마트 빌딩 : 연결성과 효율 (0) | 2023.08.23 |
구형 공정으로 회귀하는 中… 빈자리 노리는 인도 [심층기획-美, 對中반도체 견제 1년] (0) | 2023.08.23 |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HBM3E’ 내년 양산 (2) | 2023.08.22 |